
유학을 나온 이후에 처음으로 한국을 가는 해였어서, 놀기만 하느라 어영부영 시간을 버리게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학원에서 저랑 비슷한 나이대와 학년 (sophomore ~ senior)의 사람들이 대입이라는 하나의 같은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까 자연스럽게 동기부여도 되고, 유학을 하지 않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흔하지 않은 주제인 해외 입시나, 특별전형 입시와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눌 사람이 생겨서 즐거웠습니다. 대화를 나눌 친구들이 생긴다고 해서 마냥 나태함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아마도 학원 시스템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우선 매주 금요일마다 시험을 봐서 월요일마다 반이 갈라지니까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을 제외하고는 같은 친구들을 보는 게 쉽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인간관계보다는 하고 있는 공부와 듣고 있는 수업 그 자체에 집중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 계속 머물렀으면 익숙했을 숙제 양이었을 텐데, 해외에서 숙제가 거의 없는 생활을 하다 마주했던 프린스턴의 숙제 양이 처음에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하다 보니까 익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조금 더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자면, 초반에는 RSB의 의미를 잘 모르겠어서 친구들과 그 의미를 고민해보기도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몸으로 느끼게 되었던 것 같아요. 글을 읽는 것도, 이해하는 것도, 쓰는 것도 빠른 편이 아니라서 처음 숙제를 할 때는 꼬박 4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앉아서 주말 숙제를 했었는데 계속해서 RSB를 하다보니까 문장을 읽고, 이해하고, 그 긴 문장들의 나열 속에서 키가 되는 부분을 찾는 속도와 정확도가 오르게 되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 개개인의 일정과 입맛에 맞춰 유연하게 돌아가는 학원이 아니라, 단단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학습법을 제공하는 학원이라는 게 올바른 공부 습관을 잡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후에 선생님들이, 나중에는 혼자 공부하더라도 첫 공부는 학원에서 하는 게 나을 거라고 말씀하셨던 게 어떤 의미인지를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자습 (Vocab, WSB, RSB) 시간들을 어느 정도 학생 자율로 두면서도 동시에 반마다 TA 선생님이 계시니까 자습시간들도 체계적으로 균형 잡혀 진행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 한 분 한 분이 다정하시고 친절하셔서 말 걸 때마다 즐거웠습니다! 강사 선생님들과는 다른 의미로 항상 감사했던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더해서, 개인적으로 저는 TA 선생님들 또한 모두 기본적으로 SAT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분들이셨다는 게 정말 좋았습니다. 의문점이 들 때 바로바로 질문드릴 수 있는 분이 계시다는 게 심리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TA 선생님들이 시니어 언니오빠들과는 실제로도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다는 건 학원 일정이 전부 종료될 즈음에야 건너건너 들어서 알게 되었었는데요. 학생들과 조교 선생님들이 사적으로 알아갈 부분을 제한한 것이 학생들의 집중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더해서 끝자락에 선생님들과 조금씩 더 가까워져 TA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또한 상당한 동기부여가 되었고, 좋은 선배님들을 만난 기분이라 개인적으로 기뻤습니다.
제가 프린스턴에 큰 애정을 가지게 된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강사 선생님들 덕분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선생님들 한 분 한 분이 진심을 다해 학생들에게 본인이 알고 게신 걸 전달해주시려 노력하신다는 게 느껴졌고, 감사하게도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사실 SAT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주변에서 수학은 올리기 쉽고 영어는 쉽지 않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어서 걱정이 앞섰던 게, 수학은 처음 시작할 때부터 크게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았었었거든요. 제 경우에는, 첫 부트캠프 때 받은 수학 점수가 710이었습니다. 평이했던 난이도와 다르게 예상과 엇나가는 결과에 조금 놀랐었지만, 학원의 마지막 3주는 전부 800을 받았습니다. 수학이 올리는 게 쉽다 한들, 안정적으로 800을 받는 건 학원 선생님들의 도움 없이는 힘들었겠다고 느낀 이유가, SAT 수학과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수업을 계속 들으면서, 제가 훨씬 더 단순하고 일차원적인 방법으로 편하게 풀 수 있는 문제들을 훨씬 더 복잡하게 풀고 있었다는 걸 매순간 깨닫고 고칠 수 있었습니다.
writing과 reading의 경우는 2주 차 정도였었나, 학원을 계속 다니면서 선생님들이 하시는 말씀을 노트에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교재에 필기만 하는 걸로는 도저히 머리에 남질 않길래 한 번 더 스스로 복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writing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팁이나 문제를 마주했을 때 거쳐야하는 사고의 순서 등을 기록하니까 자주 틀리던 유형들에서 실수가 눈에 띄게 줄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punctuation이랑 modifier 문제들이었는데 이제 거의 틀리지 않는 것 같아요. writing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모든 문장에서 주어 동사부터 찾고 넘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해서, reading은 SAT 시험 내에서 단기간 내에 드라마틱한 성장을 보이기가 가장 어려운 파트라는 말을 줄기차게 들어왔고, 실제로도 그렇게 느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트캠프 첫 날에는 문제들 중 한 두 개만을 간신히 이해하고 풀었던 것에 반해서, 학원 마지막 주에는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고 제가 고른 답안이 정답이든 오답이든 간에 고른 까닭을 설명할 수 있는 논리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큰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이 모든 부분에서 reading 선생님들이 선지들을 읽고 답이 아닌 것들은 답이 아닌 이유와, 문제에서 요구하는 best choice를 골라내는 방법들을 알려주셨기 때문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학원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자부하지만, 실제 시험의 긴장도는 예상했던 것을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에… 여러가지 사유로 배운 것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남네요. 내년에는 학원에서 배운 기억이 남아있을 때 바로 시험을 봐서 배운 걸 충분히 다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니는 내내 마냥 쉽고 편하진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유의미하고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제 여름이 분명 제게 도움이 될 형태로 소모된 것 같아 기쁘네요.
